마음이 무거운 날이 몇 주째 이어진다면
누구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기분이 가라앉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고 주변 상황이 바뀌면서 다시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가라앉은 기분이 거의 하루 종일, 거의 매일 이어지고 예전에 즐겁던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몇 주 넘게 계속된다면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우울증(주요우울장애)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생각과 감정, 몸의 기능, 행동에 함께 영향을 주는 질환이어서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잠, 식욕, 집중력, 체력까지 함께 흔들어 놓습니다.
우울증은 드문 병이 아니라 나이와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도 전 세계에서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질환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상태를 성격이나 게으름의 문제로 여기고 혼자 버티다가 증상이 깊어진 뒤에야 도움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먼저 알아 두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 됩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경우도 많아서, 출근도 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속으로는 모든 일이 힘겹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상태로 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겉모습만 보고 우울증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본인 스스로도 지쳐서 그런 것이라고 넘기기 쉽습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힘이 들고 그런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그 자체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증은 정말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입니까?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며, 뇌에서 기분과 의욕,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뇌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는 화학물질)인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물질의 작용과 이를 조절하는 뇌 회로의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서 바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을 탓하다가 오히려 우울감이 깊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이해할 때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다른 질환처럼 원인과 치료가 있는 병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주는데, 가족 가운데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유전적인 소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타고난 취약성 위에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가 겹칠 때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직, 이혼, 가까운 사람의 죽음, 오래 이어지는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처럼 큰 스트레스를 겪은 뒤에 우울증이 시작되는 일이 흔하지만, 뚜렷한 계기 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몸의 질환이나 약물도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갑상선 기능 저하, 뇌졸중, 파킨슨병, 암, 만성 통증처럼 오래 앓는 병이 있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일부 약물(예를 들어 일부 스테로이드제나 호르몬제)이나 술을 오래 많이 마시는 습관도 기분을 끌어내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출산 뒤의 호르몬 변화, 햇빛이 줄어드는 계절의 변화처럼 몸의 리듬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도 우울증이 생기기 쉬우므로,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쳐 생긴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기분보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낼 때
우울증의 중심에는 가라앉은 기분과 흥미의 상실이 있는데, 슬프고 공허한 느낌이 하루 대부분 이어지거나 좋아하던 취미, 사람과의 만남, 맛있는 음식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슬픔보다 짜증과 예민함이 먼저 드러나서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본인도 왜 그런지 모르는 채 주변 사람과 부딪히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지나간 일에 대한 과도한 죄책감, 앞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 자리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도 많아서,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불면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하루 종일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을 만큼 잠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음식이나 야식이 당겨서 체중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쉽게 지치는 느낌이 이어집니다.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처럼 원인을 찾기 어려운 신체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다가 뒤늦게 우울증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에도 변화가 생겨서 책을 읽어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간단한 결정조차 내리기 어려워 메뉴 하나를 고르는 데도 오래 망설이게 됩니다. 말과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반대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증상이 깊어지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생각하게 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은 우울증의 증상 가운데 하나이므로 혼자 견디지 말고 곧바로 주변과 전문가에게 알려야 합니다.

아이와 노인, 출산 뒤의 엄마에게는 다른 얼굴로 찾아옵니다
아이와 청소년의 우울증은 슬픔보다 짜증이나 반항, 등교 거부, 성적 하락처럼 행동의 변화로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사춘기의 예민함으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친구 관계에서 갑자기 멀어지거나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호소가 잦아지는 모습도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몇 주 넘게 이어지고 아이의 일상이 눈에 띄게 무너진다면 꾸짖기보다 먼저 마음 상태를 묻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노인의 우울증은 기분이 우울하다는 말보다 기운이 없다, 여기저기 아프다, 깜빡깜빡한다는 호소로 드러나는 일이 많아서 나이 탓이나 치매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우울증 때문에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치매처럼 보이는 상태를 가성치매(겉으로는 치매처럼 보이지만 우울증이 원인인 상태)라고 부르며, 우울증을 치료하면 인지 기능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자와의 사별, 은퇴, 만성 질환, 사회적 고립이 겹치기 쉬운 시기이므로 가족이 평소와 다른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산 뒤에는 많은 산모가 며칠에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눈물이 나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산후 우울감을 겪는데, 이는 대개 저절로 가라앉습니다. 그러나 우울한 기분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아기를 돌보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거나 아기에게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죄책감, 자신이나 아기를 해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산후 우울증일 수 있으므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산후 우울증은 엄마가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치료를 받는 것이 엄마와 아기 모두를 지키는 길이라는 점을 가족이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무엇을 묻고 어떤 검사를 합니까?
우울증은 혈액검사 한 번이나 사진 한 장으로 확인되는 병이 아니어서, 진단은 주로 면담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잠과 식사는 어떤지, 일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예전에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는지, 가족 가운데 비슷한 병을 앓은 사람이 있는지 등을 자세히 묻게 됩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준에 따르면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상실 가운데 하나 이상을 포함해 여러 증상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이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 우울증으로 진단합니다.
면담과 함께 설문지 형태의 자가 평가 도구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증상의 정도를 숫자로 가늠하고 치료 과정에서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설문지 점수만으로 병을 확정하지는 않으며, 점수는 면담 내용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됩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자가 진단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겁을 먹거나 낮게 나왔다고 안심하기보다, 힘든 상태가 이어진다면 전문가와 직접 이야기해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만드는 몸의 질환을 걸러 내기 위해 필요하면 갑상선 호르몬 검사, 빈혈 검사 같은 혈액검사를 하기도 하고, 나이가 많거나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뇌 영상 검사나 인지 기능 검사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지금 먹고 있는 약과 술, 카페인 섭취 습관도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진료를 받을 때 솔직하게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실에서 긴장해 말을 제대로 못 할 것 같다면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미리 적어 가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슬픔과 조울병, 갑상선 질환 사이에서 헷갈리는 지점
가까운 사람을 잃은 뒤의 슬픔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어서 한동안 울고 잠을 설치고 입맛을 잃는 것은 병이 아니지만, 슬픔이 고인을 떠올릴 때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빠지는 것과 달리 우울증은 거의 모든 순간을 회색으로 덮고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과 깊은 죄책감을 함께 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과 가장 조심해서 구별해야 하는 병은 양극성 장애(흔히 조울병이라고 부르는,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는 시기와 가라앉는 시기가 번갈아 오는 병)인데, 우울한 시기만 보면 우울증과 거의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잠을 거의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말이 빨라지며 돈을 크게 쓰는 등 평소와 달리 들뜬 시기가 있었다면 반드시 진료 때 알려야 하는데, 양극성 장애는 치료 약이 다르고 우울증 약만 쓰면 오히려 들뜬 상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보다 증상은 가볍지만 우울한 기분이 2년 넘게 오래 이어지는 경우는 지속성 우울장애(예전에는 기분부전장애라고 불렸던, 만성적인 우울 상태)로 보며, 본인은 원래 성격이 그렇다고 여기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피로, 무기력, 체중 증가, 우울감을 일으켜 우울증과 비슷해 보이지만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변비가 생기는 등의 신체 변화가 함께 나타나고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안장애도 우울증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불안장애는 걱정과 긴장, 두근거림이 중심이라면 우울증은 의욕과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 구분 | 중심이 되는 모습 | 구별에 도움이 되는 점 |
|---|---|---|
| 우울증 | 가라앉은 기분, 흥미 상실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 무가치감, 죄책감, 잠과 식욕 변화가 함께 나타남 |
| 사별 뒤의 슬픔 | 고인을 떠올릴 때 밀려오는 슬픔 | 자존감은 대체로 유지되고 시간이 지나며 옅어짐 |
| 양극성 장애 | 우울한 시기와 들뜬 시기가 번갈아 옴 | 잠을 안 자도 활력이 넘치던 시기가 있었는지가 중요함 |
| 지속성 우울장애 | 비교적 가벼운 우울감이 2년 넘게 이어짐 | 원래 성격으로 오해하기 쉬움 |
| 갑상선 기능 저하증 | 피로, 무기력, 체중 증가 | 추위를 타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혈액검사로 확인 가능 |
이처럼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상태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우울하다는 느낌 하나만으로 스스로 병명을 정하고 약국 약이나 민간요법에 기대기보다는 전문가에게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같은 우울감이라도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몸의 질환이 원인이라면 그 질환을 치료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료를 받을 때 예전의 기분 변화, 가족의 병력, 먹고 있는 약을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정확한 구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어떤 과정을 거칩니까?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는 항우울제가 치료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흔히 쓰이는 약으로는 뇌에서 세로토닌의 작용을 높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고 부르는 약 계열)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함께 조절하는 약 등이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먹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 아니라 보통 몇 주에 걸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 한두 주 동안 별 변화가 없다고 실망해서 끊어 버리면 제대로 된 효과를 확인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잠이나 식욕이 먼저 좋아지고 기분은 그보다 늦게 따라오는 경우도 많아서, 작은 변화부터 기록해 두면 경과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약을 시작한 초기에는 속이 메스껍거나 두통, 졸림, 불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은 몸이 약에 적응하면서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작용이 견디기 어렵거나 오래 이어진다면 혼자 약을 줄이거나 끊지 말고 처방한 의사와 상의해서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람마다 잘 맞는 약이 달라서 몇 번의 조정을 거쳐 맞는 약을 찾는 일도 흔합니다. 젊은 연령층에서는 약을 시작한 초기에 불안이나 충동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으므로, 이 시기에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기면 곧바로 알려야 합니다.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일정 기간 약을 계속 먹는 것이 재발을 막는 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좋아졌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끊으면 증상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약을 갑자기 끊으면 어지럼증, 몸살 같은 느낌, 예민함 같은 중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약을 그만둘 때도 의사와 계획을 세워 천천히 줄여 나가야 합니다. 항우울제는 흔히 걱정하는 것과 달리 마약처럼 중독되는 약이 아니며, 정해진 방식대로 먹고 정해진 방식대로 줄이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입니다.

약 말고도 회복을 돕는 치료가 있습니다
상담 치료(정신치료)는 약물과 함께 우울증 치료의 큰 축을 이루며, 가벼운 우울증에서는 상담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중등도 이상에서는 약물과 함께 할 때 효과가 더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인 인지행동치료는 나는 늘 실패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처럼 우울할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찾아내고 그 생각이 사실에 맞는지 함께 따져 보면서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르도록 돕습니다. 이와 함께 작은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조금씩 되찾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대인관계치료는 우울증이 시작되거나 깊어지는 데 영향을 준 인간관계의 갈등, 역할의 변화, 상실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 관계 속에서 마음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상담 치료는 한두 번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보다 일정 기간 꾸준히 이어 갈 때 변화가 생기므로, 자신과 잘 맞는 치료자와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 내용을 일상에서 연습해 보는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제를 실천하는 과정 자체가 회복에 큰 힘이 됩니다.
여러 약을 충분히 써 보았는데도 잘 낫지 않는 경우에는 경두개자기자극술(머리 바깥에서 자기장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치료)이나 전기경련치료(마취 상태에서 짧은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 같은 방법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전기경련치료는 오래된 영화 속 이미지 때문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이 많지만, 오늘날에는 마취와 근육이완제를 쓰는 안전한 방식으로 시행되며 심한 우울증에서 효과가 뚜렷한 치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햇빛이 줄어드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우울증에는 밝은 빛을 일정 시간 쬐는 광치료가 쓰이기도 하는 등, 상태에 맞춰 고를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힘든 날을 버티는 생활 습관
우울할 때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쉽게 흐트러지는데,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낮에 몰아서 자는 생활이 이어지면 몸의 리듬이 무너지면서 기분도 함께 가라앉기 쉬우므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아침 햇빛을 쬐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기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처음부터 거창한 운동을 계획하기보다 집 앞을 잠깐 걷는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식사를 거르거나 단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반복되면 몸의 기운이 더 떨어지므로, 간단하더라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술은 잠깐 기분을 풀어 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음 날 우울감과 불안을 더 키우며, 항우울제와 함께 마시면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키울 수 있으므로 치료 중에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울한 시기에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퇴사, 이혼, 큰 금전 거래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은 가능한 한 증상이 좋아진 뒤로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질 때는 일을 아주 작게 쪼개어 하나씩 끝내고, 하나라도 해낸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는 힘내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로 격려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말은 이미 애쓰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죄책감을 줄 수 있으므로 섣부른 조언보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 주고 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함께해 주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작별 인사 같은 말을 하는 등 위험한 신호가 보인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직접 물어보고 곧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하며, 자살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위험을 키우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로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당장 위험한 상황이라면 112나 119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우울증 자주 묻는 질문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습니까?
우울증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가라앉기도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일과 학업, 인간관계가 크게 무너질 수 있고 증상이 만성으로 굳어지거나 더 깊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고 버틴 시간이 길수록 회복에 드는 시간도 함께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저절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닙니다.
한 번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다시 우울증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충분한 기간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증상이 가볍더라도 몇 주 넘게 이어진다면 일찍 진료를 받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결국 시간과 고통을 줄이는 길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취업이나 보험에 불이익이 생깁니까?
진료 기록은 개인정보로 보호되며 본인의 동의 없이 회사나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취업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사실이 알려지는 일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걱정 때문에 진료를 미루다가 증상을 키우는데,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훨씬 큰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민간 보험에 새로 가입할 때는 최근 진료 이력을 알리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가입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보험 가입을 앞두고 있다면 해당 보험사의 고지 기준을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진료를 받는 병원에 기록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도 불안을 덜어 내는 방법입니다.
항우울제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합니까?
항우울제를 시작했다고 해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 증상이 좋아진 뒤 재발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약을 유지하다가 의사와 상의해서 천천히 줄이고 끊게 됩니다. 약을 얼마나 오래 먹을지는 우울증이 처음인지, 여러 번 반복되었는지, 증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등에 따라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우울증이 여러 번 재발했거나 증상이 매우 심했던 경우에는 재발을 막기 위해 더 오랜 기간 약을 유지하도록 권하기도 하는데, 이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병에서 약을 이어 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궁금하다면 혼자 결정하지 말고 진료 때 의사와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족이 우울증인 것 같은데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자신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거나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실패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억지로 끌고 가려 하기보다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서 걱정된다는 마음을 차분하게 전하는 것이 첫걸음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말에 거부감이 크다면 잠을 못 자는 문제나 몸이 늘 피곤한 문제를 먼저 상담해 보자고 제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족이 먼저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곳에 상담을 받아 대처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며, 돌보는 가족 역시 지치기 쉬우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함께 챙겨야 오래 곁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해칠 것 같은 말이나 행동이 보인다면 설득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므로,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나 112, 119에 곧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