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약을 몇 가지나 먹어야 하는지, 식단을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 투석이 곧 시작되는 건 아닌지. 당뇨 신부전 진단을 처음 받은 분들이 진료실을 나서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당뇨 신부전은 치료 결정이 한 가지가 아니라 신기능 단계마다 달라지고, 약물식단생활습관이 동시에 맞물려야 효과가 납니다.

투석 말고 방법이 없을까요

당뇨를 10년, 20년 앓아온 분들이 신부전 진단을 받으면 "이미 늦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근데 사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뇨 신부전은 진행 단계가 있고, 어느 단계에서 발견됐느냐에 따라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신기능은 GFR(사구체여과율)로 표현합니다. 정상이 90 이상이고, 60대면 경증, 30~59면 중등도, 30 미만이면 중증입니다.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투석이나 이식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당뇨 신부전 환자 중 투석을 받는 비율은 전체의 약 35% 수준입니다. 나머지 65%는 아직 투석 없이 약물과 생활 관리로 버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뇨 신부전의 치료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신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 그리고 심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잡으려면 혈당 조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혈압 조절, 단백뇨 억제, 약물 치료, 식단 교정까지 패키지로 접근해야 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혈당만 잘 잡으면 된다"고 알고 계십니다. 혈당 조절이 핵심인 건 맞지만, 당뇨 신부전 진행에서는 혈압과 단백뇨가 혈당만큼이나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혈압을 125/75 이하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신기능 저하 속도가 약 4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언제 발견됐든 지금부터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당뇨 신부전, 병원에서 어떻게 치료하나요

GFR 60 이상인 초기 당뇨 신부전이라면 치료의 중심은 혈당과 혈압 조절입니다.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잡으면 GFR 저하 속도를 연 1~2mL/min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연적인 노화로 인한 GFR 감소가 연 약 1mL/min 정도이니, 잘 관리하면 사실상 정상 노화와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는 셈입니다.

 

GFR 30~59 구간의 중등도 단계로 진입하면 치료 항목이 늘어납니다. 단백뇨 억제를 위한 약물, 빈혈 관리, 칼슘인칼륨 수치 조절이 추가됩니다. 이 단계에서 많이들 힘들어하시는 게 식단 제한입니다.

 

당뇨 때문에 당을 줄이면서, 신부전 때문에 단백질나트륨칼륨인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하니까요.

 

GFR 30 미만의 중증 당뇨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투석이나 이식 준비를 의료진과 상의하게 됩니다. 국내 건강보험 기준으로도 이 시점부터 신대체요법 관련 급여 적용이 시작됩니다.

 

단계가 낮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당뇨 신부전 환자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률은 일반 당뇨 환자보다 2~3배 높습니다. 그렇다면 왜 신기능 수치만 보고 방심하는 경우가 생길까요.

 

신기능 저하는 증상이 거의 없이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부종이 심해지거나 숨이 차거나 소변이 거품처럼 일어날 때쯤이면 이미 꽤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약은 어떤 걸 쓰고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당뇨 신부전 치료에서 약물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혈당 낮추는 약만 있는 게 아닙니다. 크게 세 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신기능 보호를 위한 혈압약, RAA차단제

ACE 억제제나 ARB 계열 혈압약이 당뇨 신부전 치료의 기둥입니다. 혈압을 낮추는 것은 물론, 사구체 내 압력을 낮춰서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로살탄, 발살탄, 올메살탄 같은 ARB 약물이 많이 쓰입니다.

 

혈압이 정상 범위여도 이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는데, 신장 보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이들 헷갈려하시는 부분입니다.

SGLT-2 억제제, 당뇨 신부전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

최근 5년 사이 당뇨 신부전 치료에서 가장 주목받는 약물이 SGLT-2 억제제입니다. 엠파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같은 약물인데, 혈당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이 약의 더 중요한 점은 신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투석 진입 시기를 평균 2~3년 늦출 수 있다는 임상 결과입니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완화되어 당뇨 신부전 환자에게 폭넓게 처방되고 있습니다.

피네레논, 2023년부터 추가된 선택지

2023년부터 국내 처방이 가능해진 피네레논은 기존 ARB와 SGLT-2 억제제에 더해 신기능과 심기능을 동시에 보호하는 새로운 계열입니다. 단백뇨 수치를 약 30% 줄이고, 신기능 저하 및 심혈관 합병증을 동시에 억제한다는 임상 결과(FIDELIO-DKD, FIGARO-DKD 연구)가 근거입니다. 아직 처방 빈도는 낮지만 당뇨 신부전 치료 옵션이 확실히 늘어난 변화입니다.

투석이나 신장 이식, 언제 결정해야 할까요

GFR이 15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아직 15~20이라도 요독증 증상(극심한 피로, 오심구토, 부종, 의식 혼탁)이 나타나면 신대체요법을 시작합니다. 당뇨 신부전 환자는 일반 만성 신부전 환자보다 요독증 증상이 빨리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GFR 20대에서도 투석을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어떻게 다른가요

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에서 4시간씩 받는 방식이고, 복막투석은 본인이 집에서 매일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당뇨 신부전 환자에게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내 통계로는 혈액투석이 약 75%, 복막투석이 약 25% 비율입니다.

 

직업 활동이 많거나 병원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복막투석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장 이식은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신장 이식은 당뇨 신부전 환자에게도 가능하지만, 혈당 조절 상태와 다른 합병증 유무에 따라 이식 적합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식을 고려하고 있다면 GFR 20~25 단계부터 이식 대기자 등록 상담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국내 뇌사자 신장 이식 대기 기간은 평균 6~8년으로 상당히 길기 때문입니다.

 

생체 이식(가족 기증)이 가능하다면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약 말고 당뇨 신부전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철저한 혈당 조절"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실제로도 맞는 말인데, HbA1c를 7% 아래로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목표로는 HbA1c 7~7.5% 범위를 유지하면서 저혈당을 피하는 것이 당뇨 신부전 환자에게 더 안전합니다.

 

신기능이 떨어지면 인슐린 분해 속도가 느려져서 저혈당 위험이 올라가거든요.

 

비약물 관리에서 가장 효과가 검증된 것은 체중 감량입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당뇨 신부전 환자에서 체중을 5~10% 줄이면 단백뇨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한 연구에서는 체중 10kg 감량 시 단백뇨가 평균 25%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금연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흡연은 사구체 내 혈류를 악화시켜서 당뇨 신부전 진행을 가속시킵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투석 진입 속도가 약 1.5배 빠르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수면 무호흡증도 체크해보시길 권합니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야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당뇨 신부전 진행에 불리한 환경이 됩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낮에 심하게 졸리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뇨 신부전 환자, 식단을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식단 얘기만 나오면 당뇨 신부전 환자분들이 제일 힘들어하십니다. 당뇨 때문에 당을 줄여야 하고, 신부전 때문에 단백질나트륨칼륨인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합니다. 게다가 이 원칙들이 서로 충돌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단백질을 줄이라는데 근육은 어떻게 유지해요"라는 질문이 대표적입니다.

단백질은 얼마나 줄여야 하나요

GFR 60 이상이면 단백질 섭취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습니다. GFR 30~60 구간에서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kg당 0.8g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체중 70kg이면 하루 약 56g 정도입니다.

 

GFR 30 미만이면 0.6~0.8g/kg로 더 낮춥니다. 단, 투석을 시작하면 오히려 단백질을 늘려야 합니다. 투석 과정에서 단백질이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나트륨과 칼륨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나트륨은 하루 2,000mg 이하, 소금으로 환산하면 5g 미만이 목표입니다. 한국 식단에서 이걸 지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국물 음식 한 그릇에만 나트륨이 1,000~1,500mg 들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국물을 아예 안 마시거나, 라면국찌개를 줄이는 게 현실적입니다. 외식할 때 소스와 국물 양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납니다.

 

칼륨 제한은 GFR 30 미만이 되면 시작합니다. 칼륨이 높으면 부정맥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바나나, 토마토, 오렌지, 아보카도, 감자 같은 칼륨이 높은 식품을 줄여야 합니다.

 

채소는 끓는 물에 데치면 칼륨이 30~50% 정도 빠집니다.

인 조절

당뇨 신부전이 진행되면 인 수치가 오릅니다. 인이 높으면 혈관 석회화가 일어나고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올라갑니다. 인이 많은 식품은 유제품, 견과류, 콜라가공음료, 내장육 등입니다.

 

단, 채소곡물의 인은 흡수율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괜찮습니다. 인산염 결합제를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음식에서 흡수되는 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 당뇨 신부전에서 얼마나 해야 효과가 있나요

당뇨 신부전이 있으면 "운동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됩니다. 오히려 적절한 운동이 당뇨 신부전 환자에게 분명한 이점이 있다는 게 연구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권고 기준은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입니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적합합니다. 달리기나 격렬한 운동은 단백뇨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어서 처음엔 강도를 낮춰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근력운동도 주 2회 정도 병행하면 좋습니다. 근감소증이 당뇨 신부전 환자에서 특히 문제가 됩니다. 신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 합성 능력도 줄고, 식이 단백질 제한까지 겹치면 근육이 빠르게 감소합니다.

 

근육량을 유지해야 인슐린 감수성도 유지됩니다.

 

투석 중인 당뇨 신부전 환자라면 투석 당일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투석 다음 날 가볍게 시작하는 패턴이 현실적입니다. 혈액투석 중 실내 자전거를 타는 방식, 이른바 투석 중 운동(intradialytic exercise)도 국내 일부 병원에서 시행 중이며 심폐 기능 개선에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당뇨 신부전에서 이것만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알고 있어도 실수하기 쉬운 것들이 있습니다.

조영제 CT 전에 반드시 신기능 확인

조영제를 사용하는 CT나 MRI 촬영 시 신기능이 떨어진 당뇨 신부전 환자는 조영제 유발 급성 신손상 위험이 상당히 높습니다. GFR 45 미만이면 조영제 사용 전 충분한 수액 처치가 필요하고, GFR 30 미만이면 조영제 CT 자체를 재고해야 합니다. 다른 과 진료 시에도 신장 질환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먼저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소염진통제(NSAIDs) 복용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디클로페낙 같은 소염진통제는 당뇨 신부전 환자에게 금기입니다. 이 약들이 신장 혈류를 줄여서 신기능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생기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을 적정 용량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메트포르민, GFR 30 미만에서는 중단해야 합니다

메트포르민은 당뇨 1차 치료제지만 당뇨 신부전이 진행되면 용량 조절이나 중단이 필요합니다. GFR 45 미만이면 감량, GFR 30 미만이면 유산산증 위험으로 복용을 멈춥니다. 메트포르민을 드시고 있다면 최근 신기능 수치(크레아티닌, GFR)를 주치의와 함께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 무분별 복용

당뇨 신부전 환자들이 주변에서 들은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을 복용한 뒤 신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갑자기 오르거나, 부종이 심해지거나, 소변량이 줄어드는 증상이 생기면 복용 중인 모든 약물과 건강기능식품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당뇨 신부전 합병증, 이것부터 챙기세요

당뇨 신부전이 있으면 신장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심혈관 질환, 빈혈, 뼈 약화(신성 골이영양증), 신경병증이 모두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 합병증들을 예방하는 것이 당뇨 신부전 관리의 절반입니다.

심혈관 합병증 예방

당뇨 신부전 환자에서 사망 원인 1위는 신부전 자체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입니다. 질병관리청 자료 기준으로 투석 중인 당뇨 신부전 환자의 연간 심혈관 사망률은 일반인의 10~20배 수준입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관리하고, 스타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혈압 목표는 130/80 이하이며, 단백뇨가 있는 경우 125/75 이하가 더 바람직합니다.

빈혈 관리

신기능이 떨어지면 조혈 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이 줄어서 빈혈이 생깁니다. 당뇨 신부전 환자의 빈혈은 피로감, 숨참, 집중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헤모글로빈 10~12g/dL를 목표로 에리스로포이에틴 주사나 경구 HIF-PHI 억제제(2022년부터 국내 급여 적용)를 사용합니다.

 

철분 수치도 함께 챙겨야 빈혈 치료 효과가 납니다.

뼈 건강, 간과하기 쉽습니다

당뇨 신부전이 진행되면 신장이 비타민 D를 활성화하지 못해서 칼슘 흡수가 줄고, 부갑상선 호르몬이 올라가며 뼈가 약해집니다. 활성 비타민 D 제제(칼시트리올)를 처방받거나, 인 수치를 줄이는 인산염 결합제를 복용하는 치료가 동반됩니다. 골밀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습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Total
Today
Yesterday